우리아이 평생건강 겨울방학때 잡아라
세계일보
2004-12-29 17:33
 

이번 주부터 전국의 초·중·고생들이 겨울방학을 맞는다. 초·중·고생들에게 겨울방학은 휴식의 기간이기도 하지만 고통의 시기가 되기도 한다. 학기 중에 남들보다 뒤떨어진 학업이나 취미활동을 보강해 주려는 부모들의 등쌀에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더 받고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뒤떨어지는 자녀의 학업성적에 대한 걱정이 앞서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과 활동이 이뤄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겨울방학은 학교 공부 때문에 미루었던 질병을 치료하기 좋은 시기다. 더욱이 겨울철은 곪거나 덧나는 수술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간이다.

*충치 및 부정교합=초등학교 어린이는 6개월에 한 번씩 치과에 정기적으로 가는 것이 좋다. 충치가 발견됐을 경우 방학 동안에 집중적으로 치료하도록 한다. 충치 예방을 위해서는 불소도포, 실란트 등을 해주는 게 좋다. 썩기 쉬운 이빨 표면의 오목한 부분을 실란트로 메우고 치아 표면을 불소로 씌워주면 충치를 막을 수 있다. 부정교합의 경우에는 영구치가 나온 후 바로 시술하는 것이 좋다.

젖니 상태의 아동에게서는 치아의 배열이 불규칙한 경우는 거의 없으나 윗니와 아랫니의 맞물림이 반대로 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는데,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아랫턱의 발육이 왕성해져서 주걱턱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절한 예방조치를 해줘야 한다. 턱뼈 등에 특별한 문제만 없다면 12세 전후에 치료를 시작한다. 골격의 문제가 있는 경우엔 치과 의사와 상의해 치료 시기를 앞당기거나 미룰 수 있다.

*축농증 치료=축농증에 걸리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로 ‘축농증이 있어서…’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축농증이 머리(뇌)를 나쁘게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축농증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드물게 뇌막염이나 뇌농양과 같은 합병증이 올 수는 있지만, 축농증 자체가 머리를 나쁘게 하지는 않는다.

치료는 항생제 등 약물치료에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게 되는데 과거에는 윗입술을 들고 입안으로 절개를 가해 시술했으나 최근에는 내시경 수술이 도입돼 코 안에서 수술이 가능하다. 내시경 수술은 정상 조직이 다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어 회복이 빠르고 재발률도 적다.


*편도선 수술=편도선은 우리 목구멍 입구 양쪽에 자리한 분비선으로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막아 주고 감염에 맞서 싸울 수 있는 ‘T임파구’라는 항체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러한 편도선의 기능은 3∼4세까지 가장 활발하고 그 이후에는 특별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편도선은 감염에 맞서 싸우는 항체 생산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일부 사람들은 ‘편도선을 아주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편도선이라면 제거하는 것이 더 좋다. 특히 편도에 염증이 생기거나 편도가 지나치게 커져서 편도염이 1년에 4∼5회 이상 생기고 중이염이나 축농증을 초래할 경우, 호흡곤란이나 침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 심한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 등을 일으킬 때는 편도 제거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전신 마취 하에 입안으로 기구를 넣거나 레이저를 이용해 목 양쪽의 편도를 제거해 준다. 입원은 1∼2일이면 충분하다.


*흉터 및 화상 제거=어린이의 사고는 집안에서 당하는 경우가 많고 화상 또한 겨울철 집안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전기밥솥, 다리미, 뜨거운 국이나 라면 등등 우리의 집안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린이의 일생에 그늘을 드리울 만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화상 예방에 주의를 기울일 때다. 만약 아이가 화상을 입었을 경우는 덴 곳을 흐르는 찬물에 5∼10분 정도 담그고 난 후 정도가 심하면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간다. 옷도 벗기거나 자르되 불에 직접 닿아 옷과 피부가 눌어붙었거나 옷 종류상 벗기기 힘들 때는 무리하게 벗기지 않는 게 낫다. 민간요법으로 화상 부위에 간장, 된장, 또는 밀가루반죽을 바르거나 술을 부어서는 안된다. 물집이 잡히지 않고 발갛게 변하기만 한 1도 화상의 경우에는 화상 부위를 찬물에 담그고 진통제만 먹여도 별 문제가 없지만 물집이 생긴 2도 이상의 화상은 통증 및 흉터의 우려도 있으므로 병원에 가 치료해야 한다. 특히 부분층 화상일지라도 치료가 잘못되면 전층 괴사로 발전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와 치료가 필요하다.


*왜소증=동일한 성(性)의 어린이 100명을 무작위로 뽑아 일렬로 세웠을 때 하위 1∼3번째인 경우를 왜소증이라 일컫는다. 2세 이후 사춘기까지 매년 4㎝ 이하씩 자라는 경우 ‘성장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왜소증은 조기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성장판이 닫히면 치료해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혈중 성장호르몬(GH) 농도나 인슐린양 성장인자(IGF)를 측정해 성장호르몬결핍증으로 확인됐을 경우에는 성장호르몬을 투여할 수 있다. 호르몬 투여 1년 뒤 7∼9㎝, 이듬해에는 6∼7㎝ 정도 키가 큰다. 그러나 성장호르몬을 주어도 치료 전보다 1년에 2㎝ 이상 더 자라지 않는다면 유전적 요인으로 치료 효과가 없다고 봐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적응 대상이 됐다고 어느 시기에나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은 뼈 나이가 여자의 경우 14세, 남자의 경우 15세가 지나면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더라도 효과가 적다고 보고 있다. 한편 정형외과에선 뼈에 골절선을 만든 다음 하루에 1㎜씩 잡아당겨 키를 키우는 ‘일리자로프 수술’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