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는 잘 먹어도/김치는 싫어하는 아이들아/케첩은 잘 먹어도/된장 고추장은 싫어하는 아이들아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된장 고추장에/푸르딩딩한 풋고추/푹 찍어 먹어 보자
아려 오는 혀와 입술/타오르는 목구멍/입 크게 벌리고/허-/숨을 내뱉으면/혀 밑으로/끈끈하고 맑은 침이 고이리라
바로 그 때/시원한 나박김치 국물/몇 숟갈 떠먹어 보자/그래도 맵거든/백두산 천지를 마시듯/후루룩 들이켜 보자’

동시작가인 김은영씨의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라는 시다. 10년 넘게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이기도 한 시인이 아이들 밥버릇을 지켜보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 시까지 썼을까 싶다. 아닌 게 아니라 식탁에서 세대차를 느끼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 부모 세대는 김치 반찬 하나만 있으면 뚝딱 밥 한공기를 비워냈건만,요즘 아이들 중에는 김치라면 질색하며 무조건 머리를 내젓는 경우가 많다는 것.


예전만큼 부모들이 김치를 많이 먹이지 않는 데다 서구식 인스턴트 식품에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들이 김치를 멀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이들이 입에 대려 하지 않는다고 물러날 수만은 없는 노릇. 이가 약한 노인들을 위해 무를 한번 데쳐내 물렁물렁하게 만든 ‘효도 숙(熟) 깍두기’를 담그고,임산부들에게 예쁘고 바른 것만 보고 먹으라고 정사각형으로 썰어낸 태교용 ‘정(正) 깍두기’를 만들었던 우리 조상들이다. 수백가지나 되는 김치 중에서 입맛 까다로운 꼬마녀석들을 위한 김치가 없을 리 만무하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 연구소 소장은 “맵고 짠 데다 비릿한 젓갈이 들어간 배추김치만 내놓으면 아이들이 싫어할 수 있다”며 깻잎,양배추,오이처럼 아이들이 잘 먹는 식재료로 김치를 담글 것을 권했다. 짜거나 맵지 않고 슴슴해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백김치나 사각사각 씹는 재미가 있는 동치미도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은 김치메뉴들. 소금물에 절인 깻잎에 소를 넣고 돌돌 말아 만드는 깻잎김치도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은 아이들용 영양만점의 별미김치다.

김치는 우리에게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김치는 우리 입맛과 손맛의 핵심이며,우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문화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김치를 먹이고 가르치는 것은 우리 고유의 정서를 전달하는 일이기도 하다. 윤 소장이 추천하는 귤물김치와 양배추 보쌈김치로 아이들의 입맛을 공략해보자.


◇귤물김치=<재료>귤10개 배춧잎5장 무300g 미나리50g 홍고추2개 마늘½통 생강즙1큰술 고운고춧가루1큰술 물10컵 고운소금2큰술 설탕약간

<만드는 법>
①귤은 속껍질까지 다듬어 벗겨서 알알이 떼어놓는다.
②배추와 무는 깨끗이 씻어 가로 3㎝,세로2.5㎝ 정도로 나박썰기를 해 소금과 설탕에 살짝 절여 물기를 빼놓는다.
③미나리는 3㎝ 길이로 썰고,홍고추는 같은 길이로 채썰고,마늘도 채썬다.
④그릇에 위의 재료와 생강즙을 모두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는다.
⑤배추와 무 절인 국물에 물을 더 넣고 고운소금과 고춧가루,설탕으로 간을 맞춰 항아리에 붓고 익힌다.

◇양배추보쌈김치=<재료>양배추2통 굵은소금½컵 무½개 미나리60g 배100g 홍고추7개 대파2뿌리 마늘30g 실고추5g 고춧가루¼컵 고운소금약간

<만드는 법>
①양배추는 뿌리를 잘라 한잎씩 떼어낸 다음 굵은 줄기부분은 칼로 저미고,굵은소금물에 담가 부드럽게 절인다.
②무는 5㎝ 길이로 자르고 가늘게 채쳐서 소금을 약간 넣어 절인다. 미나리는 다듬어 줄기만 3㎝ 길이로 썬다.
③고추는 길이로 절반을 잘라 씨를 털어 채썰고,마늘과 파는 3㎝ 길이로 채썬다. 배는 껍질을 벗기고 채썰어 연한 소금물에 담근다.
④무와 미나리에 고추 마늘 파 배 실고추 고춧가루를 넣고 잘 섞은 다음,고운소금으로 간을 맞춰 양념소를 만든다.
⑤①의 양배추잎을 펴고 ④의 양념소를 놓고 싸서 차곡차곡 담는다. 김치 버무린 그릇에 물을 약간 넣고 고운소금으로 간을 해 김칫국물을 만들어 붓는다.



권혜숙기자